2018.06.20.수요일.
지난 토요일, 아침부터 열정적으로 놀던 아들이 아주 잠깐의 물놀이를 마지막으로 감기에 걸렸다. 기침을 하다 구토를 하기를 매일을 반복, 어젯 밤에는 조금 괜찮더니 오늘은 새벽 두 시부터 일어나 놀다 세 시에 온 이불에 구토를... 덕분에 이불 빨래하고 늦게 잠에 든 남편도 나도 새벽부터 전쟁이다. 겨우 네 시에 재우고, 나는 뜬 눈으로 누워 아침을 맞는다.
육아는 너무 괴롭다. 애가 작고 여리고 아무 것도 못할 때에는 출산 후 내 온몸이 아파 힘들었고, 몸이 좀 나아질 때부터는 애가 커가니 또 여러 가지로 부딪혀 정신이 아프다. 하루에도 열댓 번은 속으로 악을 지르고 참게 되는데, 이게 내 정신 건강에 좋을리가 없을게 분명하지만 탈출구는 없다. 나는 처음부터 100점짜리 엄마가 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전력을 다 해도 지는 게임 같았으니까. 그런데 그런 마음으로도 너무 정신적으로 피로하다. 그리고 화가 난다.
사진을 보면, 웃는 모습을 보면, 잘 먹는 모습을 보면 행복한가? 행복하지. 하지만 그 순간을 위한 다른 모든 시간 속에서는 너무 체력적 정신적 소모가 큰 일 아닌가 육아라는 것이.
너무 모든 것이 허구적이다. 사랑스런 아이 이미지로 소비되는 모든 것들이, 그런 감정과 엄마라는 직책이 주는 자부심조차. 너무나 이상적인 그림만 보아 왔다, 엄마라는 것, 아이와 함께하는 삶, 그런 것들. 요즘 자꾸 그런 것들이 궁금해 진다. 나에게 헌신적이었던 나의 부모는 나를 어떻게 키웠을까. 무엇을 하고 놀아 주었을까? 무엇을 어떻게 먹였을까? 이 와중에 엄마는 요리 솜씨도 좋아, 그래 지금의 나보단 낫겠지 -하며 여기서도 작은 좌절을 맛본다.
현실은 이런데, 이 와중에 나는 아이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인스타에 담고 블로그에 담는다. 좋은 장면만 다시 보고 좋은 생각만 하려고. 하지만 같은 마음으로 올려졌을(자기 과시의 의도도 분명 있겠지만) 다른 이들의 많은 피드들에 진절머리가 난다. 행복한 순간만이 넘쳐나는 이 세계가 또 너무 심하게 가짜 같아서. 나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고. 100점은 아니어도 50점은 해야지 않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나는 이미지들.
아무리 봐도 빵점은 아니고,
나는 아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인간은 아닌데,
나는 벗어날 수가 없고 벗어나서도 안된다는 사실이 절망적이다.
내가 일찍이 혼자서 많은 일들을 해왔고 또 할 줄 알아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이로 인해 얽매어 있는 동안, 자유라고 주어지는 작은 시간들 따위로는 성에 차지 않는. 그냥 영원히 혼자이고 싶은 상상.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아도 되는 공간, 시간, 아무도 없는 아무 방해도 없는 혼자의 삶.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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