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 transparent ear. Mine./새벽 3시, 고양이와 나의 시간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면 시집을 산다. 이보다 더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은 없을 것 같은 시 여러 편을 주르륵 읽고 나면, 나는 그 무엇보다 더 현실적인 존재가 되어 있고 그것만으로 두근거리고 무서웠던 일들이 어느 정도 사그라진다. 현실을 빗댄 비현실적인 문장에 의지하는 삶이, 네가 없으면 비참한 삶이고 네가 있으면 희망적인 삶이 되는 그런 날이 살다 보면 생기게 된다. 살다 보면. 그럴 네가 있을 때 너를 붙들고 놓지 않을 용기. 놓치지 않을 용기. 매일 매일 용기가 필요해
오랜 만에 주말 내내 일을 하며, 윤종신 노래를 듣고 있어.오른쪽엔 COFFEENIE에서 사온 큰 사이즈의 카푸치노가 한참을 식어 있어, 하지만 식은 커피도 맛있으니깐.그 옆엔 허대욱 트리오의 새 앨범을 세워뒀거든. CD를 사는 일도 참 오랜만이었어.바람이 살랑 부는 이 가을 날에 사무실에 앉아 듣는 윤종신 목소리도 운치 있긴 해.그렇지만, 하지만, 여전히, 조금 기분이 그래.윤종신 목소리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가을이 가기 전에, 겨울 오기 전에, 내 일상이, 조금 더 따뜻해 질 수 있을까?고양이들 대신이 아니야. 리얼리.
사랑을 믿을 수 있게 되고 나서는, 정작 사랑할 사람이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지금. 무엇에 나를 내려 놓을 수가 있을까. 이 봄 날, 나는 온전히 누군가의 사랑이고 싶다.
사실은 내내 마음이 불편했었다. 언젠가 누군가 내게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블로그 같은 것들에 글을 주고 받거나 남기는 것이 누군가에게 나를 읽어달라는 표현이 아니냐고 했을 때 그런 것은 아니라고 강하게 얘기 했었는데, 물론 상대방은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지만. 여전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있는데, 이런 공간에 가끔씩 생각을 쏟을 때는 헷갈리기도 한다. 왜 나는 오늘 몇 개의 수첩들을(이런 류의 낙서가 가득한) 두고 이런 공간에 때때로 기록 하는 것인가. 지루해서 인가, 아니면 정말 누군가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은 아닌가. 내내 마음이 걸렸다. 별 것 아닌 것 같았는데. 스스로 외로운 사람이라 인정하게 되는 것만 같아서 그러는 걸지도 모르겠다. 살..
그를 처음 접한 것은, 재즈 잡지 'Jazz People' 의 한 켠,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음반을 광고하는 섹션이었다. 음반을 먼저 샀었는지 mp3를 먼저 찾았는지는 기억이 나진 않지만, 올림푸스 홀에서의 그의 첫 번째 공연에 친구 둘을 끌고 갔던 기억이 난다. 오디오가이 스튜디오. 네이버 지도를 보며 찾아갔지만, 결국 전화를 걸어 겨우 건물을 찾을 수 있었다. 두 대의 카메라로 모든 공연은 인터넷으로 생중계 되었고, 40 여명의 팬들이 그 현장에 함께했다. 함께한 사람들이 내 또래인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젊은 아빠와 중고생 딸이, 나이 지긋한 부부가, 젊은 처자들이 각각 따로따로, 젊은 커플이, 어린 아이들이(물론 공연 장소 바깥에 있었지만!) 있었다..
한참동안, 어떤 주제로든 글을 남겨야지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몇 가지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쓰다 시간에 쫒겨 쓰다 저장하고 쓰다 저장하곤 했는데, 오늘에야 겨우 하나의 흔적을 올리게 될 듯하다. 살짝의 술기운과, 오랜만의 롤러코스터 라이브 음반을 방안 가득 울리며 쓰는 이 포스팅의 타이틀은, 지금 흘러나오는 곡의 제목인 'Love Virus' 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롤러코스터의 라이브 공연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우연인건지 운명인건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서 인지. 보컬 조원선의 목소리는 평범한 일상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익숙치 않고, 거칠지만 진솔하고 솔직한 목소리랄까. 이런 표현을 하게끔 만드는 목소리가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어쨌든 나의 고양이들은 그 목소리가 울리..
재즈 잡지 JAZZ PEOPLE을 구독하면서 가장 즐거울 때는, 부록 CD를 통해 내가 접하지 못했던 좋은 아티스트들과 음반들을 만날 때이다. 11월 부록 음반인 '코펜하겐 녹턴'은 스턴트 레코드 사의 샘플러 음반인데, 스턴트 레코드 사도 낯설고 아티스트 들도 꽤 낯설지만 좋아도 너무 좋다. 가고 싶다. 코펜하겐. 일주일 내내 예정된 일들과 돌발적인 일들을 수행하면서 계획적으로 처리되는 일들에는 안정감과 성취감을, 예기치 않은 이슈들을 정리하고 반영하는 일들에는 진취적인 자만감을 느끼며 정신 없이 지나쳐왔다. 이번 주의 그 어떤 날 보다 조금 일찍 퇴근해서 이 음반을 크게 틀어놓고 고양이들에게는 맛있는 간식과 부드러운 쓰다듬을, 나에게는 맥주와 따끈한 방 바닥을 내어주고 토요일을 맞이한다. 한 녀석은 식..
파리의 붐비는 낯선 책방에서 상뻬의 책을 뒤적일 때도 있었는데. 늘 여행의 순간을 기억하며, 추억하고, 또 다시 기대하고 기다리고 꿈꾸고 그러는 삶을 살고 있다. 아직은 변하지 않은 내 천성.
withcolours
'Wind, transparent ear. Mine./새벽 3시, 고양이와 나의 시간' 카테고리의 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