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늘 우리는 달콩이의 출산을 위해 열심히 걸어보기로 했다. 이케아와 코스트코와 다이소를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계획하고 일단 출발!
우리 집 주변의 코스트코는 총 세 개, 양재점, 광명점, 구성점 이 세 지점을 다 다녀본 결과 우리는 가장 거리 대비 소요 시간이 적은 광명점을 자주 이용한다. 물론 이케아도 있고 롯데 아울렛도 있어서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쇼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보통은 평일 저녁에 가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은데 주말이니깐, 오늘도 주차비를 받지 않는(거의 체크를 안함...) 롯데 아울렛에 차를 대고 아울렛으로 들어가서 이케아로 바로 직진. 코스트코 주차장은 너무 주차 줄이 길고 이케아는 칼 같이 주차 시간을 재서 요금을 냈던 것 같다. 아무튼 오늘은 고양이 원목 화장실에 넣을 리빙박스 같은 제품을 찾기 위해 온 것이니깐 이케아의 쇼룸은 다 지나치고 레스토랑을 지나서 바로 제품 픽업룸으로 고고.
주방 도구 구경하고 몇 개 담고 수납 제품 보다가 고양이 원목 화장실에 넣을 만한 수납박스 발견! 바로 SOCKERBIT 가장 큰 사이즈 제품인 이 것이다! 물론 이 제품은 이번에 산 고양이 화장실 내부 사이즈에 맞지는 않는다... 하지만 남편이 양쪽의 손잡이 부분을 1~2cm 정도씩 자르면 어찌어찌 들어는 가겠다고 해서 구입하기로 결정. 뚜껑은 필요가 없지만 세트니깐 같이 구입하고, 이 수납 박스는 하단에 바퀴도 달 수 있게 되어 있어서 바퀴도 같이 구매했다. 바퀴 4개 한 세트 값이 6900원이었나? 아무튼 수납 박스 대비 바퀴 값이 비쌌지만 원목 화장실에 넣었다 뺐다 하기 쉬울 것 같아서 샀다. 하지만 막상 바퀴를 달고 보니 너무 바퀴가 또르르르 쉽게 잘 굴려져서 8kg 우리 마루가 그 위로 올라가면 쭈르르륵 박스가 미끄러질 것만 같아 일단 빼고 적용해야 할 듯...
IKEA SOCKERBIT (수납함 + 뚜껑) 9900원!!!!! (38*51*30)
실제로 양쪽 손잡이 부분을 커터칼(일반 커터칼 말고 공구 같은거 크고 두꺼운 것으로!)로 잘라서 넣었더니 어쩜 딱 들어갔다. 역시 재주꾼 우리 남편, 뭐든지 뚝딱뚝딱 잘 해줘용~ 바퀴까지 달았더니 높이도 딱 맞아서 감격의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지만 역시 앞서 말했 듯이 바퀴가 너무 잘 구를 것 같아서 일단 빼고 넣을 듯 하다. 엉덩이를 바짝 들고 볼 일을 보시는 우리 수컷 마루 님이 아무리 엉덩이를 높게 늘어도 절.대.로. 밖으로 샐 일이 없는 바로 그런 화장실을 이제야 발견하다니... 이 역시 폭풍 감동... ㅠㅠ 하지만 우리에겐 남은 일이 있었지, 바로 거름망. 원래는 고양이 화장실에 모래를 넣어 줬었는데 어떻게 해도 사막화는 막을 수가 없어서 펠렛으로 교체하기로 하고, 몇 주간 모래와 펠렛을 섞어서 쓰고 있었던 우리의 원래 화장실. 이제 이 화장실로 바꾸면 펠렛만 넣어서 써야 하는데 거름망을 통해 소변이 흡수된 부서진 펠렛을 거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거름망을 중간에 넣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음... 이제 우리는 여기에 넣을 만한 사이즈의 구멍난 바스켓을 찾기 위해 다이소를 간다. 물론 코스트코도 한 바퀴 돌아서 필요한 것을 조금만 사고 나서 ㅋㅋㅋ 이렇게 이케아 잠깐 코스트코 잠깐 돈다는 것이 3~4시간은 걸린 듯하다. 역시 막달의 임산부는 조금만 움직여도 치골이 뻐근하고 힘들어...
다이소를 가서 뒤지고 또 뒤지고 하다가 적당한 구멍난 바스켓을 발견! 근데 구멍이 너무 커서 화분용 거름망을 따로 구매해서 잘라서 쓰기로 한다. 바스켓과 거름망 사진이 없네;;; 일단 거름망만 보자면 이렇게 우린 수작업으로.... 몇 시간을 ㅋㅋㅋ
맨날 남편만 고생.... 그래도 나도 한 장은 했지요!
이렇게 원목 화장실을 적용할 준비를 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히히히 이제 좀 쉬어볼까, 내일은 정기 검진 하기로 한 날이니깐 달콩이가 잘 있나 봐야지, 내진은 도대체 언제 하는 걸까, 내일 하려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밤, 드디어 새벽 1시에 이슬이 비친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앙앙앙. 보통 이슬이 비치면 48시간 내에 진통한다고 하던데 정말로 우리 달콩이가 7일에 나오려나? 정말일까? 아니야 어떤 사람은 이슬 비치고 2주 후에 진통이 오기도 했대!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새벽 3시 정도에 잠을 자려고 누웠다. 최근에 남편과 새벽 1~3시에 잠이 들었으니깐 그리 늦은 시각은 아니었는데 왠일인지 잠이 오지를 않고 배가 그냥 살살 아픈 정도. 아 가진통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새벽 3:48경 약간 심하게 배가 아픈 기분이 들어서 진통 어플을 켜봤다. 그냥 한 번 켜봤다. 진통에 주기란 것이 정말 있는지 궁금해서 켰는데, 대략 8분 뒤인 3:56 에 다시 배가 아픈 것이 느껴졌다. 이것이 진정 진통인가? 한 번 더 기다려 보자 하고 기다렸더니 4:06 쯤 다시 진통이 온다. 2분 정도 아팠다가 다시 멈춤. 음... 이건 진진통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진통이 끝난 후로 5분 정도 뒤에 다시 아프다. 어라... 이건 진진통인것이다? 그런것인가??? 하다가 새벽 4시부터 5시 반까지 대략 4~5분 간격으로 진통을 느꼈다. 일단 산부인과에 한 번 전화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새벽 5시 20분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3~4분 간격으로 한 시간 정도 진통 중인데 언제쯤 가면 되나요?' 했더니 초산이냐고 묻고는 2~3분 간격으로 2~3시간 지속될 때에 와보라고 했다. '아 아직 멀었구나!' 그러다가 5시 반부터 3분 진통으로 줄어서 대략 6시쯤 넘어서니 어랏... 진통 강도가 확 쎄진다. 직감적인 느낌으로 이제는 남편을 깨워야 할 때.
해가 슬슬 떠올랐고, 난 살살 흔들어 남편을 깨웠지만 남편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일어났다. 예정일이 다가올 수록 남편도 긴장을 하고 있었지 아마. 남편한테 진통인거 같아~ 라고 했더니 너무 놀랐다. 그래도 이 때까지는 참을만 했다. 그런데 6시 반이 넘어가면서 진통 간격이 거의 2분대로 떨어지고 진통 지속 시간도 1분에서 1분 30초 정도로 걸린다. 2분이란 진통 간격은 정말 너무나도 짧은 것. 그 2분에 숨을 고르 쉬고 남편에겐 요가 클래스에서 배운 데로 뒤에서 골반 압박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남편이 눌러주니 살 것 같은데 그마저도 7시가 넘어가니깐 참기 힘들어진다. 결국 7시 18분쯤 우린 짐을 싸들고 병원으로 향한다. 병원에 도착하니 7시 25분.
병원이 가까워서 다행, 남편이 옆에 있어서 너무나 다행.
집에서의 마지막 진통 기록...
7시가 넘어서는 집에서도 숨죽여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기억이...
병원에 도착해서도 바닥에 주저 앉아서 한 번 진통을 하고 바로 침대로 갔다. 간호사 선생님이 내진 한 번 해보자고 해서 생애 첫 내진을 당하게(?) 되는데 살짝 아팠다. 보시더니 애기가 많이 내려와 있다고 바로 입원해도 되겠다고 하셔서 옷을 갈아입고 그 와중에도 계속 진통. 겨우겨우 태동기를 달고도 진통이 심해서 옆으로 베베 몸을 꼬고 뒤집어서 남편이 골반 눌러주고. 이 때 부터 대략 1시간 정도는 남편이 1~2분 간격으로 계속 골반 압박을 해줬을거야. 정말... 그거 없이는 어떻게 진통을 이겨냈을까 싶은 것이 너무너무 고맙고 행복했다. 분만실에서까지 남편은 골반 압박을 해주었는데, 그게 정말 너무 큰 도움이 되었다. 확실히 고통 경감이 되었어. 그러고 나서 대략 1시간 정도 분만실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드디어...
임신 39주 3일, 2017년 6월 5일 오전 9시 33분,
우리 달콩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우와 이 문장을 쓰는데 눈물이 글썽거린다ㅠㅠ)
진통하면서, 그리고 분만실에서,
나의 진통 6시간 중 정점인 출산까지의 3시간 30분을 우리 남편이 계속 함께해 주었다.
분만하는 순간,
그리고 달콩이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
밖으로 나와서 탯줄을 달고 내 가슴 위로 올려지는 순간,
우리 아이의 첫 호흡, 울음 소리, 모든 순간에 함께 했다.
그리고 태반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달콩이의 탯줄을 자르고,
따뜻한 물에 달콩이를 목욕 시키고,
다시 내 가슴에 올려 캥거루 케어를 하면서 3~40여분간 함께하고,
사진을 찍고, 아이와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하던 모든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호나미랑 달콩이랑 > 달콩이의 성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후조리원은 정말 천국인가? - 수내 더팰리스 산후조리원 (3) | 2017.07.09 |
---|---|
출산의 기억 - 수내 참 산부인과 (0) | 2017.06.19 |
39주 1일 (274일째 / 10개월) (0) | 2017.06.10 |
38주 6일 (272일째 / 10개월) (0) | 2017.06.02 |
37주 6일 (265일째 / 10개월) (0) | 2017.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