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고 집 근처 역 앞의 산부인과를 찾아서 임신 6주차 확진을 받은 후, 6개월차까지는 정자역 근처 작은 산부인과로 다녔었다. 출산을 하긴 하지만 거의 안하는 듯 보이는, 부인과 진료를 주로 하는 여의사 두 분이 계시는 산부인과 였는데 역시 산모들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산모에 대한 배려나 임신에 대한 친근함(?)이 느껴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진료비 영수증도 몇 번이나 진료비가 실제와 다르게 나와서 좀 피곤했던 곳.
출산할 병원을 찾아 옮겨야 해서 여기 저기 물어보긴 했는데, 역시 분당권에는 서현에 분당 제일 여성 병원이 가장 선호도가 높았고 그 다음엔 분당 차병원, 분당 서울대 병원 순이었고 아니면 곽생로(여긴 좀 멀다) 정도였다. 분당 지역의 인권 분만 하는 곳이 '행복 가득 산부인과'와 '참 산부인과'가 유일한 듯 했는데 공부하면 할 수록 인권 분만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싶어서 후보군은 결국 이 두 병원으로 정해지고, 두 군데 다 방문해 보고 결정해야지 했던 것이 먼저 방문했던 '참 산부인과' 인상이 꽤 좋아서 바로 이 곳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일단 회사 후배가 이 곳에서 분만을 했던 경험을 들은 것이 도움이 되었는데, 그 친구의 평을 옮기자면 이 곳은 ...
인권 분만(르봐이에르 분만)을 하는 곳이고,
오래 되어서 시설은 다소 노후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신뢰가 가고,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인권 분만 치고)는 것.
나도 남편과 방문해 보니 생각보다 아주 시설이 노후하지는 않았고(기대를 너무 안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ㅋㅋㅋ), 의사 선생님은 꼭 필요한 말씀만 하시는 스타일이셔서 다분히 궁금한 것이 많은 산모들에겐 친절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 분이셨는데 나는 그런 것에 별로 예민하지 않고 궁금한 것도 별로 없어서 딱 좋았다. 진료 시간도 짧고 필요한 부분만 딱 짚어 주시는 듯한 느낌. 그리고 간호사 분들도 상당히 친근하면서 전문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부분도 좋았다. 그리고... 진료 대기 시간이 상당히 짧다는 것과 진료 예약이 가능하다는 것도 정말 좋았다. 전에 다니던 산부인과는 부인과 진료가 많아서 그런지 정말 사람이 몇 없어도 대기를 오래 했어야 했는데 이 곳은 진료 예약 시간에 맞춰 오면 거의 바로 할 수 있고 또 그냥 가도 아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상당히 귀찮아 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건 바로 '출산 계획서'. 인권 분만을 하는 곳이라 그런지 산모가 남편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출산을 하고 싶은지 평소의 생각을 적어서 의료진들과 공유하게 된다. 물론 모든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최대한 산모의 의견을 존중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출산 2주 전인가... 검진 갔다가 태동기를 달고 태동을 측정하면서 분만 대기실에 누워 봤었는데 그 때에 봤던 분만 대기실에는 바닥에 매트가 깔려 있고 짐볼이 있고 뭔가 다양한 방식으로 진통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구나 싶은 환경이 마련되어 있었다. 안 그래도 임신 16주부터 하던 요가 학원에서 진통 시 해야 하는 요가 자세와 운동, 남편과 함께하는 진통 경감 방법, 짐볼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배웠었는데 보통 출산하려고 병원을 가서 입원 절차를 밟게 되면 누워 있으라고 하지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진통을 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하는데 이 곳의 대기실을 보니 왠지 마음이 놓였다. 뭔가 진통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그리고 도대체 내진은 언제 하게 되는 것일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최대한 내진은 줄이는 방향으로 한다고 어딘가 블로그에서 본 것 같긴 하지만 나는 정말 그랬다. 진진통이 와서 출산하러 가서는 처음으로 간호사님께 내진을 당했는데(?) 그 기억이 아직 생생하긴 하네. 벌써 출산한 지 2주는 지났는데.
나는 아주 다행스럽게 자연 진통이 걸려서, 그 밤에 그 새벽에 자연 관장도 어느 정도 되었고 다행히. 실제로는 타이밍이 잘 안 맞아서 병원에서 관장을 못했는데 자연 관장이 잘 되어서 출산하며 불행한 일(?)이 다행히 없었다. 생각해 보면 출산 딱 일주일 전부터 자연 관장이 시작 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출산을 위한 내 몸의 변화는 참 신비롭달까.
자연 분만은 정말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극강의 고통.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수치. 그래도 나는 초산 치고는 짧은 대략 6시간의 진통과 출산을 겼었다. 그 중의 두 시간 반은 혼자 진통을 이겨냈고(사실 가진통일까 진진통일까 고민하는 시간도 꽤 걸렸고 그 후에 진통 간격이 줄기를 기다리면서 남편을 깨우지 않았을 뿐) 남편을 깨워서 한 시간 정도 병원 갈 준비를 하면서 진통을 함께 견뎌내고, 병원으로 가서는 2분 내의 극심한 진통을 남편의 골반 마사지로 겨우 버티고, 분만실에서도 남편이 눌러준 골반의 마사지 효과로 진통을 참아보고 막판에 남편의 응원과 격려로 달콩이를 순풍~ 출산했지. 맙소사 벌써 2주 전의 이야기이다. 지금은 산후조리원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 밀린 일기를 쓰는 중.
출산 후의 경험도 한 번도 없으니, 모든 것이 생경했는데, 일단 출산 후 바로 캥거루 케어. 탯줄이 달린 아들을 내 가슴에 올려 놓고 '앙앙' 울도록 때리거나 거꾸로 들지 않고 입과 코에서 피(양수?)만 빼주고 자연스럽게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준다. 아이를 내 가슴에 올려놓은 후, 진통이 가신지 겨우 몇 분이 안 되었는데 벌써 난 모든 것이 안정되어 있고 살짝 절개한 회음부는 의사 선생님이 열심히 꿰매고 계신다. 아기는 내 가슴 위에서 한 번 울었다가 금방 쌔근쌔근 숨을 쉬고 있고, 간호사 선생님은 나와 달콩이와 남편을 사진으로 담느라고 열심. 수 분 후 태반이 내 몸을 빠져나오자 남편이 드디어 탯줄을 자르게 되고, 바로 달콩이를 목욕통에 넣어 따뜻한 물로 살살 씻어주었다. 물기를 닦은 달콩이를 다시 내 가슴위로 올려서 다시 캥거루 케어. 대략 아이를 낳은 이후로 두 시간을 분만실에서 회복하면서 아기와 함께 보냈다. 사진도 많이 찍고 아기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평온하게.
이 때까지는 컨디션도 괜찮고 심지어 병실로 들어가서 쉬면서는 회음부 빼고는 모든 것이 출산 이전과 같아서 출산이란 이렇게 평온한 것인가! 하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아기가 젖을 물고 유방을 자극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아 이제 시작이구나.
6월 5일에 태어났어요! 달콩임돠~
그래도 처음 시작을 이 산부인과에서 잘 했다 싶다. 이 곳이 산후조리원을 함께 운영하기 때문인지 조리원 병실이 곧 산부인과 병실이 되는데 마찬가지로 산부인과 간호사 선생님들이 병실(조리원 방) 산모와 아이를 모두 케어해 주시는 것이 좋았다. 여기서 조리하면 의사 선생님이 매일 회진 하시니 그 부분도 메리트가 될 듯하고.
출산하고 두 시간 반 만에 점심 시간이라 점심 밥을 잔뜩 먹고, 아기에게 젖을 물려서 젖이 빨리 돌 수 있게 하고, 기저귀도 갈아 보고 하면서 병원에서의 이틀을 보내고 삼일 째에 드디어 산후조리원으로 이동! 조리원으로 이동 전에 남편은 출생 신고를 하러 가고, 나는 마사지실에서 간단히 가슴 점검을 받고 출산/입원비 계산도 하고 보험 청구할 서류도 잘 챙기고 의사 선생님께 진료도 받았다. 영우에게 새 배냇저고리를 입히고 핑크핑크한 속싸개를 둘러서 드디어 병원을 나선다. 병원 체중계에 내 몸무게를 재보니 출산 전과 비교해서 정말 영우 몸무게 정도만 빠진 정도네 맙소사. 이제 열흘 후 정도에 영우와 내 검진을 위해 다시 방문할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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