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즈음에 만나 지금까지 육아에 아주 유익한 사람들과 정보들과 에너지를 얻고 있는 패런트리.
Parents + Tree를 합쳐 '패런트리'를 만들었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항상 든든하게 서있는 나무이기에, 끊임없이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그리고 한 명 한 명의 나무들이 모여 함께 푸르고 깊은 숲을 이룰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어요.
그 곳에서 나는 독립육아 클럽과 랜선 플레이센터 클럽을 참여하며 꾸준히 반년 이상 소통을 하고 있다. 아마도 이 곳은 내 육아의 '재미'와 '유익함', '현실적'인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 서툼과 성장과 성취를 간접적으로 지켜보며 나도 모를 대리만족을 느끼는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밀레니얼 부모를 위한 힙한 성장 커뮤니티' 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정말로 매일 매일 성장하고 있는 곳. 이곳에서 내가 얻고 있는게 참 많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와 함께하는 우리 아이 언어력 키우기
- 박소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패런트리에서 새로 런칭된 이 언어력 수업을 보았을 때에 나는 단번에 이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 번에 잠시 zoom 으로 뵈었던 소연님의 인상이 아주 좋았기 때문. 난 성향상 명쾌한 답, 딱 떨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그 지점에서 나의 질문에 원하는 답을 내어줄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 아니 확신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시간'을 잘 쓰는 사람을 좋아하고 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것들을 아주 질색해 하는데(그래서 요즘 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좀 고민이 많다) 그런 부분에서도 정말 합격점을 줄 수 있는 분이었다(지난 zoom 에서의 소연님의 멘트가 딱 그 지점을 건드리는 부분이었어서, 진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말트기'란 것, 그리고 언어력. 이건 또 약간 문해력과 별개의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문해력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글을 보고 이해하고 해석 또는 재해석 하는 능력에 가까운데 내가 우리 아이에게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보다 원초적인 '말'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해 내는 것. 그 부분에 있어서 내 아이에게 일상적으로 훈련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매일 우리가 하는 일상적인 일들에서 내가 그런 지점을 건드리는 방법을 찾아내어, 아이에게 적당한 자극을 주고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텐데 그 방법이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던 차였고, 또 요즘 한글이라는 문자를 아이에게 어떻게 입력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사실 더욱 더 커지고 있는 상태였다.
보자마자 신청했던 수업은 이 책 3권을 아이와 같이 읽으며 진행하고 있다. 4주 프로그램이고 매주 zoom 으로 만난다. 아이에게 어떻게 책을 읽어주며 코멘트 할 지 코칭 받고, 수행해보고, 각자의 상황을 기록하여 공유하며 그에 따른 개선점도 같이 듣고 나눈다.
타인의 기록을 읽고 그걸 해석해주며 코칭해 주는 시간을 가지면서, '아, 이런 인터랙티브한 수업 참 오랜만이네' 하는 생각 들었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동료(?) 엄마들의 질문에 속으로 웃기도 하고(5년차 엄마가 보기에 귀여운 투정들, 질문들. 좋은 의미로.).
두 번의 Zoom 모임을 하고 나서, 감 잡고 기분이 좋은(수업에 대한 만족도 up!) 나는...
나도 모르게 정리를 한다. Notion에. 아주 정열적으로. 수업 목표와 수업 요약, 나의 관찰 일기와 그에 대한 코칭 내용. 그리고 소연님의 코멘트 들을 언제 보아도 이해하기 쉽게.
내 이런 모습을 보는 지인들이 하나같이 놀라워 하고 잘한다 하고 그러는데, 사실 모든 것을 이렇게 하면 내가 그런 얘길 들을 자격이 있찌. 근데 가끔 꽂히는 것만 이렇게 하는거야 좀 그만들 놀라워 해 ㅋㅋㅋㅋㅋ (사실 놀라하는거 좋아함 그런거 노리고 할 때도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약간 츤츤이자나? 칭찬은 나의 힘~ )
'수업을 들었으니 적용해 보자' 하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마침, 아이가 잠자리 독서로 목표 책을 딱 골랐다. 엊그제 읽고 두 번째 셀렉이다.
지금이다
롸잇 나우
Right Now!
포스트잇과 펜을 슬쩍 챙겨서 입장한다.
이럴 때마다 내가 드는 생각이 있다. 육아할 때에 아이를 파악하는게 가장 큰 과업이라는 것을 아마 키워본 분들은 알 것이다. 아이가 지금 어떤 면에서 어떤 수준인지, 관심사는 무엇이고 지금 뭘 접목해서 아이한테 들이 밀거나 빼야 하는지. 육아는 타이밍이라고 난 생각하는데(물론 그런 시간의 개념을 벗어나서 모든 것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포용해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내향 육아', '취향 육아(신간!!!!!)'의 이연진 작가 라던가..... ㅜㅜ 내 깜냥에서는 하기 어려운 일들. 진짜. 흑흑.) 아무튼 그런 육아는 타이밍이라는 생각, 그리고 내가 그 타이밍을 맞추거나 놓쳤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이 엄마라는 역할이 얼마나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지, 순간적, 감각적으로 그 짧은 찰나에 나도 모를 한숨과 안도와 그런 것들을 막 지나쳐 보낸다.
그 찰나의 순간에 그런 것들을 떠올리며 지나쳐 보내고, 아이를 마주하고 있자면 또 드는 생각.
와 이 짧은 순간에 내가 이런 많은 생각을 했어
진짜 소오름...
(또 이 생각을 했어 내가. 와아-)
아무튼 아이는 '오늘은 진짜 진짜 혼자 잘거야' 라는 책과(생각해보니 내가 이 책을 침대 위에 올려두긴 했었다 그런데 어쨌건 읽는다/읽지 않는다는 아이의 선택이다) 키즈엠 창작을 4권 더 챙겨왔다. 나는 요즘 밀어붙이고 있는 '프뢰벨 읽기' 책과 '스콜라스틱 사이트워드' 책, 그리고 프리스쿨프렙 사이트워드 카드를 들고 입장했다. 이미 시작하는 시간이 10시가 넘었기 때문에, 음 아무래도 내가 고른 책들은 오늘 못 읽겠군 싶었지만 그래도 육아는 타이밍이니 일단 옆에 두고 보자.
아이와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오늘은 순조롭게 첫 책을 읽어주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서 표지를 읽고 나서야 앗차. 포스트잇!!!! 하고 생각이 난다. 잠깐! 하고 외치며 다시 돌아가자 말했다.
'엄마가 이 책에 나온 동물을 써 보려고 하는데, 어떤게 좋을까?' 하고 묻고, 일단 예시가 중요하니 '토끼 어때? 부엉이?' 이 정도 던져본다. 그랬더니 요즘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디즈니 캐릭터에 빠져있는 아이는 단번에 '쥐! 생쥐!'가 좋겠다고 말한다. 책 내용에서도 언급되고 나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MOUSE'라고 책표지에 써져 있고 미키마우스 비슷하게 옷을 입은 바로 그 생쥐였다. '토끼'와 '부엉이'도 있어야 한단다. 단어 2개만 기억해 볼 생각이었지만 좋아 그럼 3개로 가자. 오케이.
책 표지의 '눈(eye)'들을 가리면서 포스트잇을 먼저 붙이고(토끼가 무서워할 것 같아서 눈을 가려야 한단다), 그 종이에 획의 순서를 익힐 수 있게 잘 보여주며 적는다. 그리고 그림도 그려 달라기에 쥐 하나 그려주고 다시 아이가 'MOUSE' 책을 그리고(책의 생쥐 그림만) 마지막으로 아이가 부엉이를 그리고 그 옆에 내가 '부엉이'라고 써 주었다.
재밌어 하며, 글자를 하나씩 읽어보고. 그러더니 갑자기 '부엉이'에서 '엉'을 가리고서는 '부-이' 라고 읽어본다. 최근에 단어를 거꾸로 말하거나 글자 하나를 빼고 말하는 것을 재미삼아, 그리고 다분히 의도적으로 놀이로 했더니 바로 그러고 논다. 참으로 아이란 존재는, 하아. 이러니 내 인생, 열심히 안 살 수가 없다.
그러고 나서 다음 책으로 이동. 책은 아직 4권이 더 남았다. -_- 취침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멀고 멀다. 스피디하게 읽기 시작.
한 번 그러고 나니, 읽은 대부분의 책에 이 포스트잇을 붙이고 단어를 쓰자고 말한다. 당연히 아이가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코끼리'는 엄마의 이름처럼 똑같이 '리'로 끝난다고 말하길래 내 이름도 코끼리 아래 써 주고, '노래하는 물고기 투투'의 '투투'는 직접 아이 한 글자 내가 한 글자 써보았다. 여전히 아이와 내가 보며 감탄하는 책인 '우아! 바다다!' 책에서는 본인의 이름에 들어있는 글자인 '우'가 마음에 드니 역시 '우아' 부분은 아이가 써보고 그 아래 내가 '바다다' 라고 써주었다.
자연스럽게 문자와 소리, 문자와 그 뜻을 연결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거기에 나오는 그림의 요소나 등장인물의 이름을 글자로 적어보는 것, 정말 어려운 것 아닌데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진짜 유레카다.
재미있고 유익한 수업, 이제 두 번 남았다. 벌써 아쉬운 마음.
지금 내 아이에게 필요한건 한국어 어휘력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곁에 두고 꾸준히 읽어 주었지만 아마도 전체적인 비율을 보자면 영어책이 한 7:3 이나 6:4 정도 될 것 같다. 한국어 책보다 조금 앞선, 또는 조금 더 앞선 정도의 분량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그건 그렇게 골라볼 환경을 만들어 놓은 내 탓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이의 선택이 그러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진짜 그러했기 때문에.
그럼 책을 영어로 많이 읽어서 지금 아이가 말을 이렇게 하느냐, 근데 또 그건 아닌 것 같다. 이 아이가 일상 언어로 얼마나 많은 한국어를 듣고 살았는가. 가정에서 어린이집에서 수도 없는 감탄사와 지시어와 평서문을, 의문문을 듣고 익혔을 것이란 말이다. 부족하다면 명사 정도겠지.
어떻게 보면 이 아이가 이런 아이인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르게 보면 이 아이가 이렇지 않을 수도 있었을 거고.
원래 육아가 다 이렇게 막장이다 ㅋㅋㅋ
이 의식의 흐름 뭡니까 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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