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낯선 장소, 낯선 이를 만나도
환대하고 환대받기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 ⠀
탈 것 책을 아이와 보면서
유로스타를, 전차를, 블랙캡을
언제쯤 실제로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고
출퇴근을 제외하고 아이와 함께라면
비행기는 무슨, 주변의 버스, 지하철, 기차
모든 것이 기피 대상이다.
개구리, 메뚜기, 다람쥐를 만나러 나서는 길이
절대 쉬워서는 안되는 나날이었다.
⠀ ⠀
잠시 일상과 떨어져서
내가 사는 곳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는 왜 저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가,
⠀ ⠀
그냥 애 손 잡고
바다 옆 전셋집이나 하나 구해서
살면 어떨까, 내 인생이 허비되는 느낌을
그만 받고 싶은데, 내가 뭘 놓치고 있을까.
버티는게 능사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와 나의 시간이 무작정 소비되고 있는 것은
내가 내 일과 내 공간을 버리지 못해서는 아닐까.
⠀ ⠀
멀리서 바라보니
모두가 나 같이, 우리 같이 매일을
긴장 속에 살고 있지는 않았구나,
그리고 그 선택은 우리가 하는 것이구나
깨닫게 되는 지점이 있었다.
⠀ ⠀
우리의 일상에서는
외출조차 사치였지 않았나.
적어도 바다는 모든 것을 품어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 ⠀
놀러 나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사는 지역이 어딘지에 따라
긴장의 레벨이 많이 달랐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다.
조금 더 한적한 곳, 왕래가 적은 곳,
그런 곳으로의 이동을 왜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싶어진 것이다.
가령 먼 바닷가 근처 나의 친정집 같은.
⠀ ⠀
다시 이런 시기가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서
또, 혹시라도 가족 중에 누군가 걸려서
아이를 돌보아야 할 지도 모르니까
돌봄 휴가도 아끼고 아끼는데
당장 다음 주에 가정 보육 가능하냐는
어린이집 공문에, 긴급 보육 보내겠다 답하고
먹먹해서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아이 얼굴 한 번 쳐다보고
모든 것은 우리의 선택이니
어떤 것이 후회를 덜 일인지.
⠀ ⠀
⠀ ⠀
'호나미랑 달콩이랑 > 달콩이의 성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하농원 파머스 빌리지 | 풀캉스 패키지 (0) | 2020.07.27 |
---|---|
+1108 Mi췬 네 살이 되다 (0) | 2020.06.16 |
+920 할 말이 많은 밤 (0) | 2019.12.17 |
+890 기록이 필요한 날 (0) | 2019.11.11 |
+381 나는 왜 존재하는가 (0) | 2018.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