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0. 일요일.
출산 후 이런 저런 이벤트가 줄줄이 이어지긴 하지만, 백일 잔치는 딱 중간 지점을 지나는 듯한 느낌이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삼칠일을 지나 영우가 30일, 40일, 50일을 지나고 성장 앨범 계약한 스튜디오에서 드디어 50일 촬영을 시전. 이때 즈음부턴 바깥 출입을 슬슬 하면서 60일을 지나고 요가를 다시 시작하고, 백일상 컨셉을 남편과 상의하고 백일떡을 검색하기 시작하고 백일옷을 찾아 헤매기 시작.
떡이 중요하지!
떡을 어디에 맡길 것인가 정말 고민 했는데, '빚은'에 주문해 놓고 필요한 만큼만 딱 가져 오느냐. 아님 집 앞 떡집에 걍 맡길 것인가. 근데 떡집에서도 떡을 소량으로 잘 해주고(1kg 면 소량이지 머 촵촵촵~) 아무래도 프랜차이즈는 수수팥떡에 중국산 팥을 잔뜩 쓸 것 같아서 말이야 근처 떡집으로 찾아보다가 판교 쪽에 '떡 만드는 남자' 라는 곳에 떡을 주문했다. 시간 맞춰서 잘 가져다 주셨고, 떡도 꽤 먹음직스럽고 맛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떡을 더 주문해서 먹을 것 같은 각인데 말이지. 역시 수수팥떡이 엄청 맛있었는데~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조금씩 꺼내 먹는다는게 3일만에 다 먹어 버렸어요. 엉엉. 오메기 떡이랑 찰떡 종류로 더 주문해서 먹을까봐. 3만원 이상이면 분당 판교 지역은 그냥 배송해 주시는 듯한데~ 떡집 들렀다가 종류별로 사오고 싶은 심정. 아무튼 아무 상관 없는 노오란 호박 설기도 걍 먹고 싶어서 주문했는데 아주 조금만, 백일 치르고 나니 떡들이 다 공중 분해 ㅠㅠ 내 떡 돌리도 ㅠㅠ
백일상은 어쨋든 성공?
보통 백일상은 백일상이 필요한 날을 기준으로 30일 이전에 예약하게 되면 할인을 해주거나 뭔가를 더 챙겨주거나 한다. 그러므로 미리 미리 알아보고 원하는 업체의 상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겠으나 워낙 업체가 많아서 비슷한 스타일을 금방 찾아낼 수도 있긴 하다. 그리고 #셀프백일상 도 많이들 하는데 검색해 보면 소품이나 아이 의상 같은 것들도 쉽게 빌릴 수 있다. 하지만 저렇게 딱 완벽하게 세팅 가능한 물품을 받아서 테이블 펼쳐서 테이블보 걸치고 벽에 뭐 걸고 테이블 위에 이것 저것 늘어놓기만 해도 체력이 바닥난다. 뭐 하나 쉬운게 없다으아아아아아아아아 -고 토로하며 아마 떡실신 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니... 백일상 대여 업체 상품은 아주 저렴이부터 고렴이까지 다양하므로 웬만하면 걍 대여하시길. 어쨌든 주말 기준으로 대여를 하면 보통 금요일에 배송이 오게 되어 있다. 택배 박스를 여는 순간 엄청난 뽁뽁이에 둘러 쌓이게 될 것이야. 겪어보신 분들은 아실껩니다 ㅋㅋㅋ
백일상은 예정보다 일찍인, 목요일 오전 중에 도착했다. 원래는 금요일에 배송 오는 건데 지역이 가까워서 그런지 빨리 왔다. 우리가 고른 상은 '르아미(Le amie)'란 업체의 'Friends'라는 이름의 컨셉인데, 굉장히 단순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작은 이케아 식탁(LINNMON)에 올리고 나니 상이 꽉 차버렸다. 전날 새벽에 애를 재워놓고 상을 세팅하느라 엄청 분주했는데, 백일상 완벽히 세팅하고 유축하고 나니 새벽 네 시간 넘었었음...
그 새벽에 저 'Happy 100th day' 벽걸이를 거느라고 남편이랑 진땀 뺐다. 아무리 설명서에 씌여 있는 대로 하려고 해도 절대 저런 모양이 안 나오는 거지. 둘이서 한참 실랑이 하다 어이 없어서 걍 막 웃고 짜증내고. 암튼 남편이 어케어케 해서 걸긴 걸었는데 나 혼자 하라고 했으면 정말 새벽 4시에 업체에 전화할뻔?. 어쨌든 상을 완벽히 설정해 두고 잠이 들어서 아침부터 분주히 떡 받아서 올리고 과일 준비한 것 올리고. 고작 그거 두 가지 올리기만 해도 너무나 분주한 아침이었다. 다행히 어머님이 일찍 오셔서 같이 수다 떨면서 준비하고 애 옷도 갈아 입히고 나도 화장도 좀 하고 그랬찌. 문제는 영우의 바이오리듬이 평소와 달라져서, 원래 아침에도 좀 푹 자 줘야 되는데 그걸 못하니 백일상에 앉혔을 때에 대박 짜증을 냈다 ㅋㅋㅋ
대박찡찡찡ㅋ 나를 안아라 닝겐들이여!!!
그래도 잘 앉아서 시댁 식구들하고 모두 차례로 잘~ 사진도 찍고~ 물론 중간에 토해서 옷을 갈아 입혔지만... 그래도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표정으로, 멋지게 아주 많은 사진을 남겼다. 사진 촬영하러와 준 회사 동료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_+ 시댁에 애기들이 점점 많아져서 애 일곱 어른 일곱이 이 좁은 집에 바글바글 했는데 자연스럽게 스냅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 애기 백일상 사진도 잔뜩 찍어줘서 어찌나 고마운지. 고마워서 또 부려 먹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와중에, 이틀 넘게 이 글을 저장했다 썼다 하면서
청소 후 초 잔뜩 켜 놓고 난 후 잔향이 퍼져 있는 이 새벽에
허대욱의 trigram 앨범, 4번 트랙, 'Blow, Flow, Glow' 를 듣고 있으니 넘나 좋구나.
흐어. 라이브 공연 생각난다.
이 날 찍은 사진도 많고 백일상 차려서 사진 찍은 후에 한정식 집에 밥도 먹으러 갔다가 율동공원 찍고 한바탕 놀고 모두 헤어졌는데... 모두 적자니 또 하루를 넘겨 글을 올릴 것 같으다....
암튼 잘 지나갔다, 백일 잔치.
백일,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시인 시집 패러디 인데(누가 알아보려나?), 암튼 난 최영미 시인이 아코르 호텔에 기거하며 작품 활동을 하면 멋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세상 참. 퍽퍽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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