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두세 번, 출장까지 하면 세네 번은 해외로 왔다 갔다 하던 터라,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그 일이 그립지 않을 수는 없었다. 즐겁던 여행 준비, 집에서 부터 다시 집까지 오는 길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예기치 않은 일들을 겪으면서 일상을 탈출했다고 생각했던 날들이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아주 많이 여행이 그립지는 않았다. 임신 때에는 내 몸이 불안정해서, 아이를 낳고서는 모든 신경이 아이에게 쏠려 있어서,
여행?, 여행???
그게 뭐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에 내재된 여행의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에는 나도 모르게 스카이스캐너와 카약과 댄공 사이트를 순회하며 항공권을 뒤져보곤 했다. 그렇게 뒤지다가 댄공 모닝캄 끝나기 전에 라운지 쿠폰이라도 써 보자며 오키나와 항공권을 샀고, 좀 편해보자고 친정 부모님을 초대 했고, 그렇게 출발 날짜가 다가오니 부랴부랴 숙소도 확정하고 렌트도 하고 루트도 좀 살펴보고 그랬었지.
오키나와는 이번이 세 번째 였다. 남편하고는 우스겟소리로 '이제 동네 마실 나가듯이 나하 공항에서 차 픽업해서 어디든 갈 수 있겠다!' 하고 얘기하고는 했다. 공항도 새로 생긴 제 2 국제 공항으로 간다니 마음도 설렜다. 면세점에선 무엇을 사 볼까, 요즘은 뭐가 유행일까, 영우와 함께 하는 매일 매일은 체력전이었지만 잠들기 전에 잠깐 일어나서 잠깐 여행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에는 여행 준비를 잘 못했다는 조급한 마음과 행복한 마음이 교차했다.
그렇게 영우가 3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부터 나는 오전에 30분, 1시간, 이제는 2시간 넘게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고 모든 것이 이제 제대로 돌아간다고 느낄 때 즈음,
어린이집 등원 3주차부터 열감기, 콧물, 기침, 가래 증상이 돌고 돌아 낫지 않았다. 여행은 내일 모레 다가오는데 영우가 아프다. 나도 옮은 것인지 아프다. 아, 여행 가지 말까, 아, 힘들다. 그러다 영우가 기적적으로 여행 가는 날 아침까지 호전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여행 전날부터 너무 더 아프다.
차라리 내가 아픈게 낫지, 그래 한 번 가보자 -하고 출발을 한다.
면세점, 그런거 생각할 겨를 없이
공항, 새로 지었구나 깨끗하고 한적하네 - 그 뿐
항공사 라운지, 유아용 의자가 없네 아쉬워...
그 모든 외적인 요소 보다는 영우를 돌보느라, 내가 너무 아파서, 진짜 임신 후로 이렇게 아픈 적이 처음이라 여행 중에 오후만 되면 손이 부들부들 떨렸었다. 그래도 우리 세 식구의 첫 해외 여행은 끝이 났다. 돌아오는 날에 내 체력이 좀 회복이 되어서 돌아오는 길에 너무너무 아쉬웠던 첫 여행.
영우가 비행기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때가 되어야,
뭔가 말귀를 알아 먹는 개월수가 되어야 다시 여행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나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집에 돌아오자 마자 다시 떠나고 싶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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