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 육아, 이연진(스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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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문장에 감탄했고
조금은 실망했다
저자가 나랑 같았으면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녀는 그녀였고 나는 나였다
이런 마음을 이런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구나- 싶다가도
아 이런 사람이네, 나랑 참 다르네- 했다
어떤 문장은 위로가 되었고 시기가 되었고
그래서 조금 실망했다 내가 그녀가 될 수가 없어서..
실용적인 육아서가 참 많이 있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에 필요했던 책
아이가 발달 과정을 밟아갈 때에 필요했던 책
내가 부모가 되어감을 느낄 때에 필요했던 책
훈육의 방법, 말하는 방법, 아이의 미래를 내다보는 일까지
나는 실용주의자라 당장 내 눈앞에 효용이 있는 책을 때때로 찾아 읽었다
그 사이에, 내가 좋아했던, 아름다운 문장과 비유와 사유가 가득했던
시집과 에세이와 소설을 모두 잊었다
23살, 45일간의 혼자서의 유럽 여행 내내 읽고 쓰고 했던
고독했던 시절의 김경주 시인의 시집도, 재기발랄 했던 박민규의 소설집도.
나를 콕콕 찌르는 듯했던 한강의 책들도
오랫동안 책장에 고여 있었다는게 생각이 났다.
책은 한 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고,
또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어렵지 않았다.
한 구절 한 구절이 밀도가 너무 높았어서. 허투루 쓴 단어가 없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의 감정과 상태가 매우 구체적이여서. 공감되지 않을 부분이 적었다.
화려한 비유들을 보며, 나는 시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점점 실용서가 아니라 판타지를 보는 기분.
절반은 하룻 밤에 후루룩 읽었는데 며칠을 손대지 못하고 있다.
일하는 엄마의 육아라서 시간이 나지 않는 것인지
잠을 포기하고 밥을 포기하고 내는 독서의 시간에 대한 열정이 없는 것인지
어쩌면 이렇게 매번 같은 지점에서 나를 자책하는지...
나는 조용하다 생각했지만
늘 움직이고 있었다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지만
외부에 발산하는 에너지의 물꼬가 트이면
정해진 양을 모두 발산해야만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었다
되돌아 보니 그렇다
내가 생각했던 나와 실제의 내가 요즘 처럼 겹쳐 보이지 않았던 때가 없었다
거의 동기화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정도가 다르고 그 시기가 내 생에 들쑥날쑥 했지만
나는 안다 내 안의 깊이를.
그 깊은 내면의 채워짐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었음을 안다.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과 내 공간과 편안함에 대한 나의 기준이 있음을 안다.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함을 안다.
나의 취향, 나의 음악가, 나의 시인, 나의 사람들.
부디 내 아이도 고유의 색채와 텍스쳐를 가진 사람이 되기를...
책 절반 읽고 사족이 넘 길었다
언제 읽을 수 있으려나... 이거 말고도 읽을 것이 4권이나 더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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